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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네가아직도나를이렇게나

철쭉

 

 

 

 

 

 

“밥 먹을래?”

 

 

섹스했다. 장소는 이은상 자취방에 놓인 회색조의 침대였고, 국자 들고 태연한 표정으로 밥 먹을 거냐고 물어보는 이은상은 내 첫사랑이고, 4년 전에 헤어진 연인이었다. 이 이상하고 익숙한 상황에 대해 강민희는 할 말이 없었다. 말 그대로,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밥 먹을 거냔 질문에 고개를 대충 끄덕이고는 협탁 위에 잘 정리된 옷가지를 입었다. 화장실에 가서 익숙하게 파란 칫솔을 들고선 양치를 시작했다. 그냥 그게 전부였다. 우린 헤어졌지만 이은상 집에는 강민희의 파란 칫솔이 있었다. 관계의 정의에 관해서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01

 

 

 

 

“민희야, 헤어지자. 이제는 너랑 싸우기 싫어.”

 

 

그냥 다른 날보다 조금 심했을 뿐이다. 성격이 그렇게 맞는 편이 아니었던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고, 가볍게 넘고자 했던 길이 알고 보니 비탈길이었음을 자각한 것은 이별 선고를 듣고 난 직후였다. 남에게 너무나도 다정한 이은상이 미웠기에 원하지 않아도 자꾸만 성질이 튀어나왔고, 그날따라 이은상이 유달리 지쳤을 뿐이다. 사랑한 것에 비해 허탈한 이별에 강민희는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고, 고딩의 자존심이 앞섰으며, 그렇게 남들 다 하는 이별을 했다. 후회 안 할 것 같으면 그렇게 하라는 말을 남기고 강민희는 뒤를 돌아 집에 갔고, 축 쳐진 어깨를 곱씹으며 이은상은 후회했다. 첫사랑의 끝맺음이었다.

 

 

우정으로만 이루어진 관계에서 비밀스러운 관계가 될 때까지, 적당선을 유지할 줄 몰랐던 것은 최악의 결말을 불러일으켰다. 이름 석 자의 전화번호부 저장명 뒤에 빨간 하트가 붙은 것과, 아이스크림을 들어 차가워진 오른손과 달리 맞잡아 뜨거워진 왼손의 온도, 급하게 몸을 섞다 실수로 바꿔 입고 등교한 체육복과 명찰과도 같은 찰나의 기억들이 마주한 심장 아래 아무도 모르게 적막하게도 쌓이고 있었고, 심장이 돌아섰을 때 그 틈을 비집고 꾸역꾸역 다시 올라온 기억들에 묻혀 힘겹게도 허우적거리던 몸뚱이는 떠오르려는 노력도 하지 못하고 축 늘어졌다. 이러다간 죽겠다 싶어 그 무섭다는 고등학교 3학년 타이틀을 장착한 강민희는 그동안 놓았던 교과서와 문제집에 코를 박았다. 적어도 공부라도 하면 이은상 생각이 조금밖에 안 났으니 다행이었다. 그렇게 다 잊은 줄 알았다.

 

 

아등바등 살다가 수능을 보고 대학 합격증을 받았다. 졸업할 때까지 몰랐던 사실이었는데, 알고 보니까 이은상과 같은 대학이었다. 심지어 신입생 환영회 때 처음 알았다. 이은상이 강민희 지원한 곳 알아내서 일부러 하향 지원했단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씨발, 씨발, 개씨발……. 강민희는 신환회에서 이은상이랑 눈 마주치고 아직도 이은상 못 잊은 걸 이제야 깨달았다. 머리 빨갛게 염색했네. 잘 어울린다. 강민희는 바로 병째로 드링킹을 시작했고, 옆에 앉은 4학년 박경철이 말리는 척을 하면서 은근히 더 권했다. 이은상한테만 신경을 쓰느라 그런 걸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선배들의 박수는 받았지만 정확히 20분 뒤에 장렬하게 테이블에 이마 처박았다. 쟤랑 눈 마주쳤는데 제정신으로 있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머, 어떡해. 얘 취한 것 봐....”

“우리 후배님이 벌써 쓰러졌네. 내가 업고 갈게~”

“경철 선배님 진짜 최고입니다. 2차 안 가셔도 되겠어요?”

“그럼 얘를 혼자 보낼 수는 없잖아~”

 

 

사실 이상함은 진작 느꼈다. 옆자리에 앉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자꾸 허리를 쓰다듬는 손이 기분 나쁘게 느껴지고 있던 차였다. 아무리 테이블에 대가리 박았어도 정신은 조금이나마 있었고, 박경철이 자길 부축해서 데리고 나가는 것도 알고 있었다. 택시에 같이 탑승해서 기사님께 모텔로 가달란 말을 듣자마자 강민희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 선배님.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무슨 소리야? 이미 택시 탔는데.”

“아니에요, 안에 들어가 보셔야 하는데......”

 

 

택시 문을 간신히 열어서 나왔지만 자꾸 손을 잡아댔다. 강민희는 이를 악물고 손을 뿌리쳤다. 죄송한데, 저, 진짜 혼자 갈 수 있거든요……. 집에 가야 해서요. 박경철은 기분이 나빠졌는지 쓰고 있던 볼캡까지 벗고 머리를 털었다.

 

 

“씨발, 존나 튕기네.... 그럼 집으로 데려다 줄게.”

“아니에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너 이렇게 휘청이는데? 못 가잖아~”

 

 

머리가 진심으로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무데나 누워서 머리를 기대고 싶은 심정이었다. 박경철 존나 끈질겨, 씨발.... 꾹 깨문 입술에서 피가 터진 게 느껴졌다.

 

 

“선배님, 저 민희랑 집 가까워요.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언제 나온 건지 모를 이은상이 박경철과 강민희 사이에 섰다. 바로 앞에 보이는 빨간 뒷통수에 강민희는 조용히 이은상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아, 편하다. 당황했는지 바로 경직된 어깨가 느껴졌지만 취해서 별 생각도 안 들었다. 그냥 머리가 기댈 곳이 필요했고, 박경철은 이은상이 해결할 거란 믿음이 들었다. 쟤는 내가 어려워하던 걸 다 해냈던 애니까, 이것도 하겠지 싶었다. 앞에서 무어라 대화를 하는 게 느껴지고, 시간이 좀 흐른 것 같았고, 정신을 차리니까 이은상 등에 업혀 있었고, 집에 가기 싫다고 이은상 머리카락 잡아댕겨서 결국 이은상 자취방에 갔고....

 

 

아.

 

 

개미친 섹스를 했다. 것도 강민희가 먼저 벗고 이은상 입술 혀로 핥아서 시작한 섹스였다. 그걸 또 이은상은 그대로 받아줬다. 이은상이 벗었고, 강민희 허리를 잡았고, 마른 종아리가 흔들리던 꼴이 1080p로 보이는 것 같았다. 섹스 도중 이은상이 아직도 자신을 좋아하냐고 물었고, 다 들킬까 싶어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아니라고 부정했던 것도 떠올랐다. 전날 밤의 기억을 되살리던 강민희는 그대로 손에 얼굴을 묻었다. 진심으로 죽고 싶었다. 바닥에 떨궈진 옷가지들을 황망한 시선으로 바라보다 이내 옆자리가 빈 것을 깨달았다. 부엌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이, 누가 봐도 이은상이 요리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부엌 바로 옆이 현관문이었으므로 튀는 건 불가능했다. 숙취 때문에 핑 도는 머리를 붙잡고 이은상 향기가 가득 나는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민희야, 일어났어?”

“어, 어어.”

 

 

강민희는 진심으로 깜짝 놀라서 덮고 있던 이불을 던졌다. 그러다가 나체인 걸 깨닫고 다시 주섬주섬 끌어안았다. 저렇게 불리는 것도 오랜만이네. 목소리는 아직도 다정하고. 까맣기만 했던 머리가 붉은 빛을 띠고 있는 모양새도 좆같게 잘 어울린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인정을 해야만 했다. 강민희는 고등학생 시절의 이은상을 잠시 생각하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제 터진 입술이 아렸다.

 

 

이은상은 밥을 먹으라고 했고, 밥 먹는 내내 둘은 아무런 말도 안 했다. 강민희는 묵묵히 북어국을 입에 신속하게 처넣었고 미안하단 말만 작게 하고선 그대로 이은상의 자취방을 나갔다. 자신의 자취방과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임을 깨닫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주님, 이건 좀 아니잖아요. 엄청나게 뛰는 심장을 꾹 누른 채로 강민희는 집으로 향했다.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결론은 ‘내가 차인’ 첫사랑 자취방에서 섹스를 했단 거였다. 걔는 나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거 아냐. 그냥 존나 가볍게 볼 거 아냐…. 강민희는 빨리 이은상을 잊기로 했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 2학년이 된 지금도 이 상태였다. 강민희의 동기들 사이에서 이은상 별명은 강전수ㅡ강민희 전용 수레ㅡ가 되어 있었고, 강민희의 대학 친구인 송형준마저 이은상을 전수라고 불러댔다. 술만 마시면 이은상한테 전화를 거는 강민희의 주사 탓이었다. 노력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강민희는 그 사이에 다른 남자의 손을 맞잡기도, 다른 남자의 품에서 웃기도, 취미 생활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나기도 했었다. 단지 잊을 것만 같으면 꼭 꿈에 붉은 머리칼이 나와 목을 옥죄는 악몽을 꾸게 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강민희는 악몽을 꾸는 날이면 학교 뒤에 있는 봉구비어에서 맥주만 깠다. 안주도 안 먹고 술만 마셨고, 취했다 싶으면 이은상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선 이은상 자취방에서 섹스했고, 이은상은 강민희에게 아직도 저를 좋아하냐 물었고, 강민희는 아니라고 대답했으며, 이은상이 차린 아침을 먹었고, 도망치듯 급하게 빠져나왔다. 레퍼토리는 늘 같았다. 끝없는 반복이었다.

 

 

 

 

02

 

 

 

 

“섹파 맞네. 사랑은 안 하고 몸만 섞는 거잖아.”

 

 

송형준이 버블티에 꽂힌 빨대를 휘저으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사실 알고 있었음에도 내심 거부하고 있던 말이었다. 그래도 내가 아직 좋아하니까 짝사랑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누가 짝사랑하는 상대랑 일주일 간격으로 섹스를 해? 그건 그렇네. 강민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걔는 도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길래 그러지.”

“둘이 제대로 대화는 해 봤어?”
“어?”

“얼굴 맞대고, 지금 너랑 나처럼. 이렇게 대화는 해 봤냐고.”

“어, 어.... 아니.”

 

 

그러고 보니 둘이서 대화를 나눈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섹스를 그렇게 많이 했고, 이은상이 차린 아침을 그렇게 많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는 사실에 강민희가 입을 틀어막았다.

 

 

“아직도 안 하고 뭘 했어. 오늘 나랑 걔랑 너랑 교양 겹치는 날이잖아.”

“맞지...”

“가서 말 좀 해 봐. 관계 정의 내리고 와. 걔가 너 안 좋아한다고 하면 너도 접고 섹스도 하지 마.”

 

 

그런데, 만약, 진짜.... 안 좋아한다고 하면 어떡하지. 강민희는 거의 다 아문 입술을 다시금 깨물었다. 입술이 또 터졌다. 안 좋아하는 애 맨날 데리러 오고, 아침도 차려주고, 섹스도 하고. 이게 흔한 건 아니잖아, 그치. 이유를 모르게 자신감이 자꾸 상승하는 기분이었다. 고등학교 때 연애했던 시절이 마구 생각이 나 네이버 클라우드 다 뒤져서 같이 찍었던 셀카도 다 돌려봤다. 흰색 패딩 입고 브이 날리고 있는 흑발 고딩 이은상 사진에 대고 연습도 했다. 사진 속 이은상이 고개를 끄덕일 것만 같았다. 나는 진짜,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걔가 아니면 어떡하지. 겨우 아메리카노 한 잔을 다 비우고 강의 시간에 맞춰 강의실로 향했다. 카페인 때문인지 가슴이 더 뛰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이게 걔한테 들리면 어떡해? 모든 피가 심장에 정체하는 기분이 들었다. 강의실이 더 멀게만 느껴졌다.

 

 

“진짜 그렇게 좋냐?”

“어, 그런 것 같아.... 형주나. 나 지금 심장 존나 뛰는 거 들려?”

“듣고 싶지 않아.”
“오케이.”

 

 

손에 땀이 차 바지춤에 문지르며 강민희는 한숨을 쉬었다. 이 골목길만 지나면 강의실이 코앞이었다. 송형준이 한심하게 보는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졌다.

 

 

“어?”

 

 

방금 빨간 머리, 이은상 아니었어? 송형준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진짜 붉은 색의 익숙한 뒷통수가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 발자국 다가가려는데, 송형준보다도 키가 훨씬 작은 여자애랑 함께 있었다. 강민희 발걸음이 순간적으로 멎었다. 쟤는 선예린이잖아, 무용과 여신이라고.... 송형준이 말을 꺼내고도 아차 싶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선예린이 그 작은 손으로 이은상 손을 꼭 잡더니, 얼굴을 붉히며 무어라 말을 하는 게 들렸다. 들리지 않아도 들리는 것 같았다. 저렇게나 사랑에 빠진 얼굴에서 나오는 말은 막상 몇 없는 것을 분명히도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짧게 요약하고 간추리면, 널 너무 좋아해, 이런 말들. 내가 준비했던 말들을 대신 하는 거겠지. 터진 입술에서 비릿한 맛이 진득하게도 났다. 이은상이 활짝 웃으며 무어라 대답하는 걸 보고선 강민희는 그대로 뒤를 돌았다. 잠시나마 뛰었던 심장이 잔뜩 짓밟힌 기분이었다.

 

 

“야, 강민희. 울지 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잔뜩 고였나보다. 까만 아스팔트 위에 더 까맣게 눈물 자국이 투둑 떨어졌다. 사실 처음부터 기대에 찼던 게 맞았다. 고등학교 연애 시절 생각하며 죽도록 힘들게 이별했던 건 생각도 안 했으니까. 그저 행복했던 기억만 떠올리며 이은상 손 다시 맞잡고 싶다고만 생각했었던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강의실도 안 들어가고 송형준 어깨에 기대어 한참을 울었다. 낡은 짝사랑의 종말이 이렇게 아프게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왜 맨날, 걔만 행복한 것 같어.... 형준아. 존나 나만 슬픈 것 같아, 씨발.... 등짝 토닥이는 손에 부러 더 눈물이 나왔다. 우는 소리가 이은상한테 들릴까 싶어 터진 입술 또 깨물었다. 걔 앞에서 또다시 초라하기는 싫었다.

 

 

결국 송형준 손잡고 봉구비어 또 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이었고, 강민희가 눈물에 잔뜩 버무려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강민희는 안주도 안 시키고 술부터 시켰고, 송형준은 강민희의 폭주 중간마다 강민희 입 안에 안주 넣어주느라 바빴다.

 

 

“나, 이번엔 진짜 잊을 거야.”

“알겠어. 제발 좀 그래라.”

“씨발.... 걔보다 잘 살 거야.”
“그러라고.”

“무용과 여신이랑 행복하라고 해, 씨발....”

 

강민희는 소주 두 병 비우고 테이블에 머리 박았다. 그러면서도 계속 울었다. 이은상이 보고 싶어서였다. 답 없는 강민희 겨우 일으키고선 콜택시 부르는 송형준 팔이 살짝 떨렸다. 덩치만 더럽게 큰 새끼, 진짜. 욕을 짓씹으며 자연스레 담배를 꺼내다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강민희는 담배 냄새 싫어했다.

 

 

“하재초등학교 앞으로 가 주세요.”

“아, 나 집에 안 갈래......”

“빨리 타고 알아서 집 가라. 나 간다.”

 

 

강민희 자취방은 하재초등학교 뒤편에 있었다. 꾸역꾸역 택시에 집어넣고 지갑에서 오만원 꺼내서 강민희 손에 쥐여주고 택시 번호까지 카메라 켜서 찍은 송형준이 뒤를 돌았다. 강민희 때문에 수명 단축되는 기분이었다.

 

 

 

 

03

 

 

 

 

하재초 말고 저기 뒤에 지에스이십오 앞에서 내릴게요. 홧김에 저지른 말이었다. 지에스이십오는 이은상 자취방 바로 옆이었고, 술에 취해 놓은 이성은 안 된다고 소리를 질러댔지만 이은상이 너무 보고 싶었으니까.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겨우 올라가 이은상네 집 초인종을 눌렀다. 몇 초 안 지나 놀란 표정의 이은상이 집 대문을 열었다. 아까 선예린 앞에 서서 활짝 웃을 때랑은 다른 표정에 강민희는 부러 주먹을 꾹 쥐었다.

 

 

“은상아, 나랑 마지막으로 섹스 한 번만 하자.”

“민희야.”

“딱 한 번만. 다른 건 안 바랄게, 그러니까....”

 

피실피실 새어나오는 웃음에서 서러움이 그대로 다 비쳤다. 이은상은 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강민희를 쳐다봤다. 얘 오늘 선예린이랑 키스했겠지. 이은상 첫 키스는 나랑 했었는데. 몸만 섞자, 섹파처럼. 다른 건 하지 말고, 키스도 하지 말고, 마지막으로 몸만.

 

 

이은상이랑 섹스를 했다. 다 놓기 위해 시작한 짓이라지만 너무 좋아서 모멸감이 들었다. 침대에 눕고, 옷을 벗고, 늘 했던 행위를 하면서도 강민희는 얼굴 가린 손을 뗄 생각을 안 했다. 우는 모습은 죽어도 들키기 싫었다. 가벼운 관계에서 초라해 보이기는 싫었다. 일방적 무거움은 늘 심장에 상처를 남긴다. 강민희는 다시금 고등학생 때부터 한 번도 마음이 변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은상아, 나 목에. 목에 자국 남겨줘.”

 

 

강민희의 허리를 쓰다듬던 손이 뚝 멈춘다. 단지 소유욕이 들어 했던 말이었다. 별 생각 없이 뱉은 말인데, 뱉고 보니 더 하고 싶어졌다. 이은상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목 언저리로 끌어왔다. 나도 네 애인인 것처럼, 은상아. 마지막이니까. 이은상의 얼굴을 감싸기 위해 뗐던 손 때문에 우는 표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은상의 표정이 눈물 때문에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괜찮겠어?”

“응, 괜찮아. 좋아.”

 

 

이은상은 목에 부드럽게 키스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자신을 좋아하냐 물었다. 강민희는 여전히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고선 또 웃었다. 서러움이 그대로 다 비치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웃었다. 강민희는 이은상이 목에 자국을 다 남기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대로 잠이 들었다. 마른 등이 베개를 꼭 껴안고 있는 모습에 이은상은 따뜻한 물로 적신 수건을 가지고 와 강민희 몸에 말라붙은 흔적을 닦아냈다. 매번 밤마다 이런다는 걸 강민희는 몰랐다.

 

 

 

 

04

 

 

 

 

“밥 먹을래?”

 

 

회색조의 이불에서 나는 미약한 다우니 향이 익숙하다고 느껴졌다. 비척거리며 겨우 고개를 뗀 강민희가 멍한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고, 문틈에 기대어 서 있었던 이은상은 들고 있던 물컵을 침대 옆 탁자에 두고 방을 나섰다. 방 밖 부엌에서는 콩나물국 향이 잔뜩 났다. 숙취 때문인지, 섹스 때문인지ㅡ아마 둘 다일 것이다ㅡ자꾸만 아파오는 머리에 눈을 꾹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던 강민희는 이내 고개를 털며 화장실로 향했다. 여전히 자연스럽게 꽂혀있는 파란 빛의 칫솔을 노려보다 천천히 어젯밤의 모든 흔적을 씻어내고자 노력했다. 어젯밤 이후로 다 잊은 거라며 스스로와 약속했다. 젖은 머리를 털어내며 고개를 들었고, 거울 안에 있는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모든 흔적이 지워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목과 쇄골 사이에 있는 붉은 자국만이 지워지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어젯밤의 기억이 다시금 강민희의 뇌에 새겨졌다. 강민희는 그 부분만 죽어라 문질러댔고, 주변 피부까지 붉어져 손톱 자국이 날 때까지 긁어내고 지워냈다. 일종의 고집이었다.

 

 

“민희야.”

 

 

화장실 문 앞에 선 이은상이 복잡한 눈빛으로 강민희를 응시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살이 찢어져 피 한 방울이 쇄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까만 눈동자에 원망이 그대로 담겨져서 차고 흐른다. 울면서 자국 남기라고 한 건 너였잖아, 민희야. 이은상은 입 안에 머문 말을 그대로 천천히 삼켜냈다.

 

 

“밴드, 줄게.”

“...”

“붙이고 밥 먹어, 민희야.”

“이은상 넌 진짜, 씨발...”

“피까지 나잖아.”

“개좆같은 새끼야, 알아?”

“민희야.”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강민희는 가디건을 챙겨입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여실히 남은 감정들에 결국 울음이 터지고 만다. 쇄골에 눌러붙은 피딱지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강민희는 이은상이 사는 집 앞에서 눈물을 몇 번이고 토해내고서야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괴상하리만큼 길게 느껴졌다. 창백한 손으로 겨우 문을 열고, 손에 여전히 들려 있는 파란 빛의 칫솔을 겨우 쓰레기통에 버리고, 입고 나온 이은상의 트레이닝 바지를 빨아 곱게 접어 옷장 깊숙한 곳에 넣고, 쇄골의 상처를 벅벅 닦아내고 침대에 머리를 푹 박았다. 이은상의 다정은 칼날이었고, 베인 지 오래 됐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아물지 않았다. 여친도 있는 새끼가, 하란다고 진짜 다 해. 헛웃음까지 나왔다. 이젠 붉은 자국보다 피딱지로만 보이는 쇄골을 괜히 더듬었다. 일 년치 눈물을 최근에 다 쏟아내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너무 많이 타서 피곤함이 몰려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결이 좋지 않은 금발이 잔뜩 엉켜 거울에 비친 꼴이 우스웠다. 전화번호부에서 이은상을 삭제하고, 네이버 클라우드에 있던 이은상을 삭제하고, 머리에 남은 이은상 얼굴까지 겨우 다 삭제했는데, 목에 남은 자국은 지워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밀린 카카오톡에 들어가니 송형준한테만 연락이 열 개가 넘게 와 있었다. 다음 주에 생일인데 파티 어떠냐는 동기의 연락은 무시하고선 송형준 연락에만 답장을 했다. 땀이 난 게 짜증이 나 화장실에 가서 몸을 겨우 씻었다. 그리고선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생일이고 뭐고, 깨고 싶지 않았다.

 

 

 

 

 

 

현대인의 최고 발명품 휴대폰은 도대체 왜 가지고 있어. 전화 좀 받지 그랬냐. 맨날 방에 처박혀서 나오지도 않고, 진짜 뭐 하냐고. 생일을 이렇게 보내려고 그러냐. 사온 죽과 케이크, 음료수를 테이블에 올려둔 송형준이 잔소리를 이었다. 전에 사왔던 음식들이 손을 댄 흔적도 없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선 한숨을 쉰 송형준이 찬장을 닫았다. 움직임도 없는 기다란 몸뚱이를 쳐다보다 이내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강민희 이마에 손을 올렸다.

 

 

“열은 없는 것 같고. 언제까지 이렇게 시위만 할 생각이세요, 네?”

“시위 아니야...... 생각 정리야.”
“생각 정리하다가 내가 시체 정리하게 생겼는데.”

 

 

안 그래도 살이 없던 몸에 그나마 있던 볼살마저 다 빠진 꼴이 안쓰러워 송형준은 괜히 강민희 볼을 툭툭 쳤다. 벌써 일주일이었다. 일방적인 시위라고 볼 수도 있었고, 때가 늦은 열병이라고 부를 수도 있었다. 이제야 겨우 떠나보내는 중이었으니 별다른 원망을 할 대상도 없었다. 목의 울혈 자국은 거의 다 사라지고 있었고, 강민희는 그 위에 밴드를 두 개나 붙였다. 다른 이유는 아니었고, 그냥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스스로 가지고 온 결과에 대해 죽어라 후회하는 것은, 이제 할 수 없었다.

 

 

“밥 안 먹으면 나 안 가. 야, 너도 알지. 우리 엄빠 엄한 거.... 너 간호하다가 못 갔다고 한다.”

“아, 알겠어. 먹을게. 하여간 송형준, 진짜. 근데 케이크는 왜 샀어?”

“너 오늘 생일인 거 까먹었냐?”

“아, 맞다....”

 

 

생일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강민희 어깨를 겨우 끌어내 일으킨 송형준이 죽을 그릇에 담아 강민희에게 건넸다. 숟가락을 들고 겨우 먹기 시작한 강민희를 복잡한 눈으로 쳐다보던 송형준이 고개를 숙였다.

 

 

“너, 그것도 아냐. 이은상 여자친구 없다는 거. 사귀는 사이 아니래.”

“뭐?”

“선예린이랑 이은상이랑 안 사귄다고. 차였대.”

 

 

강민희는 조용히 죽을 떠먹었다. 그걸 내가, 왜 알아야 해. 형준아, 생일 선물 깜짝 소식 뭐 이런 거냐. 하하. 일부러 꿋꿋하게 죽을 입 안에 밀어넣었다. 강민희 눈에 눈물이 고이는 걸 송형준은 분명히 봤지만 모른 척을 했다. 말을 하는 게, 맞는 거겠지. 강민희는 죽을 끝까지 다 먹고선 잠을 청했다. 강민희가 잠에 들고 나서야 송형준은 자취방을 나섰다. 야, 생일 축하해. 잠든 애한테 한 말은 금세 흩어졌다. 사랑은 더러웠고, 열병은 아팠다. 송형준 심정을 대변하듯 하늘에서는 비가 지독하게도 많이 왔다.

 

 

 

 

05

 

 

 

 

일어나니까 이미 늦은 오후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걸 보다가 겨우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아까 송형준이 왔다가 갔었지. ‘냉장고에 이온음료 있으니까 케이크랑 같이 먹어’라고 적힌 노란 포스트잇을 냉장고 앞에서 뗀 민희가 실실 웃었다. 키도 작으면서 챙길 거 다 챙기는 게 우스워서 웃었다.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두 모금을 마시고, 스트레칭도 하고, 집에 쌓인 먼지도 닦아냈다. 이상하게 자꾸면 명치께가 답답했다. 이게 무슨 기분이지. 마지막으로 꺼두었던 휴대폰의 전원 버튼을 길게 누르니 오랜만에 켜진 폰이 반기기라도 하는 듯 반짝였다. 밀린 연락을 확인하기 위해 상단바를 아래로 천천히 내렸다. 유튜브 구독 알림을 대충 지우고, 친구들의 생일 축하 연락을 지우고, 게임 알림을 지운 뒤 남은 연락은 딱 하나였다. 흐린 눈으로 쳐다보던 강민희는 익숙한 열한 자리의 번호에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이 번호한테 연락이 올 리가, 없는데.

 

 

[민희야]

[얘기 좀 하자]

[놀이터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03:29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며 강민희는 이은상을 지우고 있던 것이 아니라, 이은상을 그리고만 있었다.

 

 

지금은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이은상이 아직도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강민희는 급하게 옷을 껴입고 우산을 챙겨 나갔다. 자꾸만 발걸음이 급해졌지만, 오랜만에 뛰는 거라 다리에 힘이 영 없었다. 결국 중간에 스텝이 꼬여 넘어졌다. 하필 반바지라 무릎에 피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나서는 뛰었다. 이은상 우산은 챙겼을까? 아직 날 기다리고 있을까? 혹시라도 없으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을 하는 자체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난 왜 뛰고 있지? 난 왜 기대하고 있는 거지? 그냥 사과라고, 마지막 이별 인사면 어떡해. 그래도 보고 싶어서 뛰었다. 이은상이니까.

 

 

우중충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붉은 머리는 눈에 잘 보였다. 강민희는 다시금 이은상이 빨간 머리가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을 겨우 인정했다. 우산도 안 쓰고 꿋꿋하게 앉아있는 모습에 그 앞에 다가가 우산을 이은상 쪽으로 기울였다. 머리가 젖는 게 느껴져도 아무렇지 않았다.

 

 

“안 올 줄 알았어.”

“난 네가 안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어.”

 

 

머리만큼이나 붉어진 눈가를 가지고선 환히도 웃는다. 너 젖잖아, 민희야. 우산 제대로 써야지. 무릎은 왜 또 다쳤어. 뛰다가 넘어졌어? 내가 불러내서 미안해. 태연한 척 이어가는 말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이은상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이 흘러내려 눈물인 건지 빗물인 건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그래도 변함이 없는 건 겨우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고 있단 거였다.

 

 

“불러내서 미안해.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해. 너, 오늘 생일이잖아.”

 

강민희가 입을 꾹 다물었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됐을까. 잔뜩 고장이 난 관계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뭐든 처음을 되새겨야 했다. 이은상의 입에서 관계의 시작을 후회하는 말이 나온다면 죽고 싶어질 것만 같았다. 상처를 받지 않아야 했으므로 강민희는 이은상의 말간 얼굴을 마주하기를 포기했다. 모두 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은상 얼굴을 마주하니까 용기가 죄다 사라졌다. 강민희는 이은상을 보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 어떻게든 무마를 해야 했다. 이은상은 친구로 강민희를 보러 왔으니 강민희도 친구로 이은상을 대해야 했다.

 

 

“야, 뭘 그런 걸 가지고 미안하다고 해. 생일도 이제 안 중요해. 그때는 내가 말이 심했지? 미안. 우리 다시 잘 지내자. 전처럼은 말고. 고등학교 1학년 때처럼. 인사도 하고 지내고, 가끔 밥도 같이 먹고. 너 여친도 사귀어야지, 그치. 소개도 해 줄 수 있어.”

 

 

일부러 밝게 낸 목소리가 마지막 문장에서 모두 흐트러졌다. 이은상은 친구다. 우리는 관계의 정의를 새로 해야만 했다.

 

 

“좋아해, 민희야.”

“어?”

“좋아해서 미안. 난 너랑 친구 못 해.”

 

이은상이 애써 웃었다. 가방에서 꺼낸 편지를 강민희 손에 겨우 쥐어줬다. 이건 생일 편지, 민희야. 그러고선 우산을 강민희 쪽으로 밀었다. 할 말 끝났으니까 갈게. 교양은 내가 안 들을 테니까 너무 생각 많이 하지는 마. 눈에 최대한 안 보일게. 미안해, 민희야. 잘 지내고 아프지 마.... 이은상이 한 말들이 알 수 없는 언어처럼 강민희의 귀 속으로 들어왔다.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투둑 떨어졌다. 은상아, 은상아, 이은상. 우산을 바닥에 버리고선 차가워진 손을 맞잡았다. 그러니까 네가, 아직도 나를 이렇게나.

 

 

“좋아해, 민희야. 좋아해. 네가 너무 좋아서, 너무 힘들다.”

 

 

어떻게든 말을 뱉어야 했다. 나도 너를 좋아한다는 대답을 해야만 했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차가운 비가 자꾸 몸을 적셨다. 이은상은 강민희를 좋아한다. 강민희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나도 좋아해. 나도 좋아해, 은상아.”

 

마른 몸을 껴안는 손이 다급했다. 손에 잡힌 편지가 젖고 구겨져도, 내뱉은 진심이 서툴러도 상관은 없었다. 목에 붙은 밴드가 한없이 젖어든다. 맞닿은 차가운 몸은 온도를 서서히 올렸다. 미안해, 민희야. 겁을 먹었어. 네가 나를 안 좋아해서, 내가 어떻게 해야만 하면 좋을까, 그게 너무 무서워서.... 괜히 다가갔다가 너를 아예 잃을 것만 같아서. 이은상은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속내를 겨우 토해냈다. 오래 담겨졌던 만큼 온통 진심으로 얼룩진 말들에 강민희는 또 울었다. 술김에 한 섹스 때마다 들었던, 날 좋아하냐는 질문에 담긴 얼룩진 진심들은 한치의 거짓도 없이 순수했다는 것을 겨우 깨닫는다. 대답이 늦어서 미안해, 은상아. 숨기느라 여념이 없었던 것을 이제야 후회한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이 신발을 적셨다. 맞닿지 않았던 입술이 그제서야 제자리를 찾았다. 강민희는 고등학교 시절 삐뚤빼뚤하게 썼던 연애 편지를 떠올렸다. 감정은 낡는 법을 몰랐다.

 

 

 

00

 

 

 

2014.09.17.

 

민희야. 네가 입고 갔던 내 체육복 주머니에 편지지가 있더라. 우리 50일이라고 편지 쓰려고 샀다가 넣어두고 까먹은 거 맞지? 그래서 내가 쓴다. 편지지도 너 닮아서 귀엽고 웃긴 거 골랐네. 우리 진짜 웃기다, 우리 50일인데 네 생일이고. 네가 오글거리는 짓 제발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생일에 50일이니까 봐줄 거지? 앞으로 네 생일 매번 함께 보냈으면 좋겠다. 우리가 스물이 되어도, 스물 하나가 되어도.... 손 절대 놓지 마. 항상 행복하자, 민희야. 우리 이따가 보기로 했는데 벌써 보고 싶어. 우리 생일 때마다 편지 써서 주기 이런 거 하자. 강민희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쓰는 거 다 모아두고 나중에 한꺼번에 봐야지. 너한테 전화 계속 와서 더 못 쓰겠다, 민희야. 생일 축하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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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숭생숭 밍밍한 글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합작 공개 후, 포스타입에 작가의 말과 외전을 올릴 예정이에요. 이 글 속의 친구들 달달한 것도 써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는데, 여기에 더 첨부하기에는 마지막 분위기를 깨는 것이 아쉬워서요. 천천히 여운을 즐기고 싶으신 분만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다시금 감사합니다. :) 상강 네버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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