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 애인!
삐삐
"밥 먹을래?"
제 발치에 있는 까만 털뭉치에게 물어본다. 들려오는 대답은 당연히 왕! 하는 앙증맞은 대답이었다. 은상아, 형이 맛있는 거 줄게 하며 얼마 전 산 쇠고기를 삶아 나름 영양식을 만들어 내밀었다. 맛이 좋은지 어쩐지 알 길은 없다만 코를 처박고 쉴 틈 없이 먹어대니 맛있어? 물으며 맛있겠거니 하고 저는 믹스커피 스틱 하나 제가 좋아하는 하얀 머그잔에 쏟고 대충 뜨거운 물 담아 제 방으로 향하는 민희였다. 안경을 고쳐쓰고 손마디마디를 스트레칭해서 풀고는 글을 써내려갔다. 한 모금 마신 커피가 미적지근 해졌을즘 식사를 다한 은상이 민희의 의자 아래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았다.
어느 견주나 그러겠지만, 이 집은 모두 강아지에게 맞춰져있다. 새로 입주하자마자 어차피 직업 특성상 여기 안에 상주할테고 어차피 이 공간은 다 자신의 것이었으니 문이란 문은 다 뜯어놨다. 문이 달려있는 곳은 임의로 설치한 현관중간문과 부엌문 그리고 화장실이 다였다. 그 말은 즉 민희가 어느 공간에 있건 은상이 쫓아오기 좋다는 것이다. 침대 방으로 가서 눈을 붙이면 은상은 왕왕 거리며 민희의 옆에 누워 자리를 차지하고 민희의 얼굴을 마구 핥거나 아니면 조용히 민희의 품에 파고 들어 잠들었다. 이게 보통의 민희와 그의 강아지 은상의 하루였다.
다른 때와 별반 다를 거 없이 일어나서 밥 먹이고 일하고 산책도 하고 와서 멍빨데이니까 꼼꼼이 씻기고 기분 좋게 하루를 보냈다. 오랜만에 일찍 일을 끝낸 민희가 은상아! 불러 은상이를 안아들고 침대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포근하게 서로를 끌어안고서 잠에 들었다.
다음날 오랜 꿈을 꿨는데 푹 잠을 잤다고 말을 할 정도로 개운하게 눈을 떴는데, 눈을 감은 채로 옆에 있을 은상이를 쓰다듬는다. 평소 은상이 털이 매끈하긴 하다만 털의 감촉보다는 맨살의 감촉이 느껴져 눈을 슬며시 뜬다. 놀라면 말이 안 나온다고 제 눈앞에 맨몸으로 저와 딱 붙어 어떤 남자가 잠을 자고 있더란다. 까만 머리칼에 단정하게 내려앉은 속눈썹. 제법 다부지게 생긴 외모,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라 민희는 조심조심 일어나 헤더에 기대 앉았다. 이불로 제 몸을 가리면서 주변을 둘러봐도 제 몸을 살펴봐도 여긴 자신의 집이었고 밤 중에 별일이 없긴 없었다. 아니 근데, 우리 집에 누가 들어올 수가 없는데? 까치 집 진 머리로 잠든 동안 잔뜩 꼬질꼬질해져서는 그 큰 눈을 끔벅인다. 아니, 이게... 말이 되나? 그리고 그때 남자는 슬쩍 한 쪽 눈만 열어 민희를 확인하더니 제 입꼬리를 말아 올려 웃는다. 엥 웃어? 그리고 들려오는 한 마디
"민희야 일어났어?"
니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처음 보는 외간 남자가 저의 침대에 있고 거기다가 내 이름을 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 이불을 더 끌어다 제 몸을 감쌌다. 외간 남자는 머리를 쭈뼛쭈뼛 들이 밀더니 민희의 무릎에 제 얼굴을 올리고는 쳐다본다. 왜 무슨 일 있어? 순수하게 묻는 말과 맑은 눈이 민희를 돌게 만든다. 아니 이 사람 뭐야? 아무런 죄의식이 없는데, 이거 뭔데?
"ㄴ,누구세요?"
"어?"
"네?"
"왜 그래. 장난치지마."
표정에서 가감없이 드러나는 편인지 눈치를 잔뜩 보며 민희를 살펴보는 사람이었다. 장난? 너야 말로 장난치지마. 무서움에 뒤로 슬그머니 빠지자 민희의 무릎에 손을 얹고 민희의 얼굴께로 제 얼굴을 들이미는 사람이었다. 놀란 민희는 손으로 상대방의 어깨를 밀쳤다. 그리고 나가 떨어진 나체의 남자는 서운한 표정으로 민희를 쳐다봤다.
"너 왜 그래 민희야. 나 은상이잖아."
은상이? 그러고 보니 은상이가 제 옆에 없었다. 엥 그럴리가. 민희는 벌떡 일어나 방마다 다 뒤지고 다녔다. 은상아 은상아 은상아. 은상아 어딨어? 아무리 불러도 낑낑 거리는 소리 하나 들리지도 않고 고요만 가득했다. 그리고 벌거벗은 남자는 헐레벌떡 뛰어와 민희의 앞에 섰다. 나 여깄어! 미치겠다. 그리고 시선에 들어오는 거대한 물건도.. (ㅜ) 다시 침대방으로 도망쳐도 쫓아오는 남자였다. 시발 진짜 은상이 같아. 쓰지도 않던 욕이 절로 입에서 튀어나왔다.
"좋아. 정리를 해보자."
민희가 꺼내준 팬티에 회색 츄리닝을 갖춰 입은 은상이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좋아서 그래 어이가 없어서 민희는 허, 하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너가 은상이야. 응! 근데 왜 사람이야? 나 원래 이런데? 아 뭐라는 거야 이은상은 항상 요만했는데. 제 핸드폰으로 찍어둔 은상의 사진을 보여줬다. 봐! 똑같잖아. 아무리 들여다봐도 제 눈에는 귀여운 강아지 은상이 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미친놈인게 분명했다. 아니,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디서 뚝 떨어졌는지 이 사람이 생겨났고 은상이가 없는 거부터 이 사람 말이 맞는 거 같은데... 은상에게는 제가 강아지의 모습을 한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럼 어쩌다가 내 눈에 이렇게 사람이 된 건데? 좋아 그럼 너가 진짜 은상이인지 알아볼게.
"어제 우리 산책 어디로 갔지?"
"집 앞 공원!"
"그리고 와서 뭘 했지?"
"씻었어! 나 어제 조용히 잘 씻었지! 칭찬해줘!"
민희 얼굴 앞으로 제 얼굴을 들이민다. 민희는 어 알았어 하면서 손으로 그 남자의 볼을 살짝 밀며 치웠다. 아니 그러니까, 그럼 진짜 이은상인건가. 머리로는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아무튼 그렇다면, 어쨌거나 이 사람을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건 맞다. 으,은상아? 응? 초롱초롱 눈을 뜨며 저를 쳐다보는 게 제 강아지 은사이랑 겹쳐보이고 진짜 은상이가 맞는 거 같았다. 아 모르겠다, 나도. 머릿속으로 정리하면서 이해하려고 하니까 답도 없었다. 일단,
"밥, 먹을래?"
"응!"
상황을 피해 조금 생각을 덜려고 밥을 먹으려냐고 했더니 사료를 줘야하는지, 사람 밥을 줘야하는지 모르겠다. 진짜 이걸 어쩌면 좋아. 머리가 아파 제 관자놀이께를 콩콩 치자 언제 또 왔는지 민희의 옆에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는 이은상이었다. 아니 너 어떻게 넘어왔어? 생각해보니 안전문은 강아지 몸인 은상에게 맞춰진 거였지 인간의 몸인 은상에게는 그냥 문 열고 들어오거나 건너 넘어오면 금방이었다. 아... 이왕 넘어온 거 은상을 식탁에 앉히고 요리 준비를 마저했다.
"너, 강아지야?"
"아니?"
"그럼 뭐야?"
"나? 사람인데! "
"근데 왜 강아지였어?"
"아니야 난 항상 사람이었는데? 강아지사람이야! 수인!"
일단 과학적으로 설명도 안 되는 이 상황에 민희는 그냥 다시 침대로 가 잠들고 싶었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은상이는 강아지 몸으로 돌아와서 제게 애교를 부리고 저도 은상을 끌어안고 뽀뽀를 쏟아 부을 것만 같다. 그럼 사람음식 먹어도 된다는 건가. 고민을 한참하던 민희는 그냥 닭가슴살을 구었다. 야채도 씻어서 플레이팅하고 일단 먹고 생각해보자.
"그럼 넌 사람인 거야 강아지인 거야?"
"음 글쎄."
"사람 꺼 먹고 써도 돼?"
"아, 그건 상관 없댔어."
"누가?"
"엄마가!"
그냥 애초에 직접적으로 물어볼걸 그랬나보다. 입으로 주워 먹으려는 은상에게 포크를 쥐어줬다.
"너네 엄마는 도구 쓰는 거 알려주진 않든?"
"응! 너가 젖 떼자마자 데리고 왔잖아."
씩씩하게 대답하는 은상이었지만, 괜히 미안함에 씁쓸해져서 물로 입술을 축이는 민희였다.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나는 민희도 우리 엄마만큼 좋아하니까."
우걱우걱 야채는 피해가면서 닭가슴살만 먹는 걸 보니 은상은 맞긴 맞나보다. 야 은상 너 야채 먹으랬지. 민희의 눈치를 슬쩍보고 야채도 집어 먹는 은상에 또 강아지 은상이 겹쳐 보였다. 하아. 식사를 다 끝내고 은상을 데리고 양치까지 시키는 민희였다.
"이렇게 잡고, 너 나 이거 하는 거 많이 봤지?"
"응!"
민희가 하는 양을 거울로 쳐다보면서 쓱싹쓱싹 잘 따라서 닦는다, 잘 하는가 싶다가도 손 쓰는게 익숙치 않아서 역방향 칫솔질은 버거웠다. 민희는 은상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은상을 변기 뚜껑 위에 앉혔다. 내가 해줄게, 은상의 칫솔을 잡고 꼼꼼이 닦아준다. 됐다, 입 헹구자. 은상을 일으켜 세웠다. 나처럼 하면돼 물을 마시면 안 돼! 꾸륵꾸륵- 입 안에서 물을 굴리고 퉤! 하고 뱉어낸다. 은상은 또 민희를 따라서 입에 물을 머금고 우물 거리다가 마셔버린다.
"야!"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강민희에 은상은, 동공이 마구 흔들렸다. 너 왜 소리 질러... 입 옆에 거품 잔뜩 묻히고 서러운 눈망울로 민희를 쳐다보니 민희는 또 금방 미안해졌다. 아니, 마시지 말랬잖아. 빨리 마저 헹궈... 은상의 등을 살살 쓰다듬었다. 다 헹군 은상의 입주변을 손으로 닦아 주고 수건을 꺼내 가볍게 두들겨 준다.
오후가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지친 민희는 그냥 침대방으로 향해 풀썩하고 쓰러진다. 아 할일 많은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런 민희 옆에 꼬물꼬물 은상이 기어 올라와 나란히 누워 민희를 본다. 자고 일어나면 은상이가 다시 강아지가 되게 해주세요. 모두 꿈이게 해주세요. 그리고 눈을 느리게 끔벅이던 민희는 곧 잠에 들었다. 은상은 민희의 품으로 저를 우겨넣고 저도 눈을 감았다.
"아 이럴 수가."
좀 자고 일어나도 그대로인 은상에 망연자실한 민희였다. 꿈이 아니었네. 은상은 민희의 목소리에 눈썹을 씰룩이더니 민희의 턱에 제 입을 맞췄다. 평소와 다른 감촉에 민희의 등에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왜 나 머리 안 쓰다듬어줘? 내가 뽀뽀해줬잖아. 민희의 손을 잡아 끌어 제 머리 위에 두는 은상에 민희는 별말 없이 은상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줬다. 진짜 은상이네. 그냥 상황에 대해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어나서 밥 챙겨먹고 일하고 집안일하다가 잠들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지 않는가. 전의 삶과 다른 게 있다면 그냥 저가 차려 먹는 식탁에 밥 공기 하나만 더 얹으면 되고, 일할 땐 제 발치에 앉아있으려는 이은상을 일으켜서 겨우 의자에 앉혀 제 옆에 두었다. 여전히 잘 때는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초반엔 인간의 몸인 은상이 어색한 민희가 먼저 끌어안는 법은 없었지만, 늘 은상이 먼저 민희의 허리에 제 팔을 둘렀고, 민희도 딱히 떼놓거나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은상이 민희의 턱이나 입술에 제 입술을 갖다 붙혔다 뗐다. 민희는 잔뜩 피곤에 쩔은 눈을 깜박이면서 그런 은상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줬다.
인간의 몸이어도 하루 종일 집안에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은상은 산책할 시간만 되면 민희를 붙잡고 늘어졌다. 민희야 우리 산책가자 산책. 처음엔 평소처럼 목줄을 입으로 물고 오더란다. 민희는 기겁하면서 아니 너 손도 있는데 왜 그래 지적해줬다. 아 맞다 맞다. 하면서 제 손을 꼬물꼬물 움직여 보이는 은상이었다. 은상의 보챔에 작업도 제법 끝낸 민희가 안경을 벗어서 책상 위에 두고 기지개를 폈다. 나갈까? 이미 없어진 꼬리지만 환영으로라도 몇 백번이고 흔드는 게 제 눈에 보이는 민희였다. 입꼬리 말아 웃으면서 은상의 머리 위에 제 손을 올려뒀다. 이때다 싶어 은상은 민희의 어깨에 제 두 파을 얹고는 뽀뽀를 쏟아부었다. 민희는 그런 은상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는 알았어 그만해 그만해.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는 목줄도 뭣도 필요 없고 그냥 두 손만 잡고 나가면 된다. 처음엔 익숙치 않아서 1미터 정도 떨어져 걷긴 했는데 여전히 호기심도 관심도 많은 은상이를 케어하기 위해서는 손을 잡는 수 밖에 없더란다.
"은상, 손."
순하게 민희의 손 위로 제 손을 얹는 은상이었다. 그 뒤로도 밖에만 나가면 저가 먼저 민희의 손을 꼭 붙들었다. 산책을 하고 오면 제일 먼저 화장실로 들어가는 은상이다. 습관이 무서운 거지. 화장실을 따라 들어가서 은상이 손씻는 걸 옆에서 지켜봤다. 오늘은 언제 씻을래? 이제 혼자 씻을 때 됐지? 사람의 몸으로 씻는 법은 배우지 않았을 테니 초반에는 민희가 씻겨줬다. 다큰 성인의 몸을 닦아주기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냥 강아지라고 내 새끼라고 생각하기로 나서는 아무렇지 않았다. 혼자 씻을 수 있지? 라는 질문에 은상은 입이 떡하고 벌어져서 민희를 쳐다본다.
"왜."
민희의 물음에도 은상은 그냥 팔자 눈썹을 만들고 불쌍한 척만 해댄다.
"아니, 이제 혼자 씻을 수 있잖아..."
"힝..."
강아지마냥 낑낑 거리는 은상에 민희는 졌다는 듯 고개를 젓고 그럼 딱 오늘까지야. 대답한다. 은상은 옳다구나 하고 금방 훌렁훌렁 제 옷을 벗어제꼈다.
"너 혼자 씻을 수 있는데 거짓말했지."
은상의 머리에 물을 뿌려주며 묻는다.
"아닌데? 나 민희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그래그래 나랑 평생 살자."
"진짜?"
"어 진짜."
"그럼 너랑 짝짓기도 해?"
"뭐어?!"
당황스러움에 샤워기를 놓쳤다. 거의 브레이크 댄스추는 마냥 샤워기가 지랄삼바를 추고 당황해서 샤워기를 붙잡으려고 허둥거리다가 결국 저도 홀딱 젖어버리는 민희였다. 아, 진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앞머리를 손으로 털었다. 물방울들이 튀어 은상의 얼굴을 때렸다.
"미안 민희야."
"아니야."
"..."
"..."
정적 속에서 샴푸를 끝내고 화장실 밖을 쫓아냈다. 옷 알아서 찾아입어. 그리고 저도 옷을 벗고 샤워 부스로 들어갔다. 생각해보면 지금 뽀뽀하고 그런 것도 사람대 사람으로 하는 건데, 이상하다고 생각조차 못했다. 짝짓기? 섹스를 은상이랑 한다고? 그리고 침대 위에서 엉켜있을 걸 생각하니 아랫도리가 뻣뻣해지긴 했다. 찬물로 돌려 식혔다. 촉촉하게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털면서 거실을 가로질러 옷방으로 갔다. 은상아 옷 입었어? 저가 일러준 대로 속옷도 챙겨 입고 츄리닝도 옳게 입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옷을 갈아 입었을 민희였지만 아까말이 여전히 신경쓰이긴 했다. 은상아 거실에 나가있어. 응. 별말 없이 거실로 나간다. 민희도 옷을 갖춰입고 거실로 나가니까 애가 또 풀이 죽은 표정으로 쇼파에 앉아있다.
"왜 또."
"민희야 아까 내가 짝짓기하자고 해서 놀랬어?"
"아니."
"민희 나 안 좋아해?"
"아니 좋아하지."
"근데 짝짓기는 싫어?"
"아니 은상아 짝짓기라는 말 좀 다른 말로.."
"짝짓기를 짝짓기라고 하지 그럼 머라고 해?"
"아, 아니다. 아 아니야 내가 잘못 말했어. 그럼 부끄러우니까 '그거'라고 말할래?"
"알았어. 그럼 나랑 '그거'는 안 할 거야?"
"...어."
"왜? 너 나 좋아한다며."
"아니, 좋아해도 안 할 수도 있지."
"알았어. 근데 나는 민희 좋아해, 민희랑 '그거'하고 싶어."
와중에 은상에 우물 거리는 입술에 시선이 가는 민희 제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 말이 없어진 민희에게 제 얼굴을 들이밀고 입술에 제 입술을 맞춘다. 요새 민희는 나한테 뽀뽀도 안 해주잖아. 내가 맨날 먼저 하지. 서운함이 뚝뚝 묻어나는 말투에서 민희는 아차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은상과 하는 스킨십이 자연스러웠다. 나 진짜 그냥 개한테 홀린 거 아니냐. 이 감정이 뭔지 모르겠다. 강아지한테 설레도 되는 일이니? 눈을 마주쳐 오는 은상을 빤히 보자니 사람치고도 준수한 외모다. 그냥 미쳤다 하고 연정을 나누어도 이상할 게 없을 텐션과 분위기였다.
"뽀뽀는..."
"민희 변했지."
"아니야."
"나 사람 되고 변했지."
"아니야."
"나 그냥 강아지 할래."
또 그렇기엔 섭섭했다. 너는 말을 왜 그렇게 하냐. 뽀뽀 해주면 되지? 이 섭섭함이 뭔지도 모르겠고 에라 모르겠다 싶어 은상의 볼을 마주잡고 입술을 맞추었다. 천천히 입술 근처에 머물렀다. 간질간질 누가 심장을 간지럼이라도 태우는 거 같았다. 오랜만에 겪는 느낌이었다. 씨익 웃으면서 제게 달려드는 은상에 민희의 심장은 그대로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저 하늘로 올라갔지만. 민희의 입술에 은상은 제 입술을 맞대고는 슬쩍 민희의 아랫입술을 빨아본다. 너 선수지, 눈 앞이 아찔했다. 여지껏 의식하지 않던 스킨십과 달리 의식을 하기 시작해서 그런가 심장이 주체가 안 됐다. 민희는 눈을 감고 팔을 뻗어 은상의 목에 걸었다. 한참을 물고 빨던 둘의 눈은 풀리고 숨을 몰아 쉬었다. 서로의 침으로 입술이 번들거리기만 했다. 민희가 손을 뻗어 은상의 입술을 닦아주고, 은상도 따라서 민희의 입술을 닦아주었다.
"은상"
"응?"
"너 강아지 되면 나랑 이런 거 못해."
"허?"
"너 강아지 되면 나랑 짝짓기? 그것도 못해."
"..."
"그러니까 강아지 하겠다고 하지마."
그러고 유일하게 문이 달려있는 화장실로 뛰어가 문을 닫았다. 숨을 고르고 거울을 쳐다 봤다. 아주 잘익은 사과 하나가 서있네. 진짜 미쳤다 강민희 저의 입술을 더듬어보더니 변기 뚜껑위에 철푸덕 주저 앉았다.
"망했어."